해외 기업에 지원하면서 처음 알게 된 부분은 바로 recruiter라는 개념입니다. 이 recruiter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아는 것이 해외 취업의 첫 걸음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일단 회사에 지원하고, (서류 심사 통과든 아니든) 나에게 연락을 주는 사람은 항상 recruiter라고 보시면 됩니다. (규모가 너무 작은 회사에는 recruiter가 따로 없어서 회사의 한 사람이 직접 연락올 수도 있긴 합니다.) Recruiter에 대해 알아봅시다.

Recruiter는 지원자 선별, interview schedule 관리, 회사와의 모든 서신의 중간 역할, 그리고 offer와 관련된 부분을 포함하여 나의 application 전반에 전부 관여합니다. 인사팀(HR부서)의 역할과는 좀 다릅니다. 한 사람을 선발하는 이 중요하면서도 하지만 손이 많이 가는(서류 검토, 연락, 일정 조절 등등) 이 일을 회사는 recruiting team을 통해 진행합니다. 이들은 회사 내에 소속되어 있기도 하고 또는 회사가 전문 recruiting 업체를 쓰기도 합니다. Recruiting 업체는 head hunting을 같이 하기도 합니다. 그들은 내가 회사에 붙었든 아니든 내 정보를 보관하고 있다가 나중에 언젠가 연락을 해 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들은 그런 일을 통해 돈을 버니깐요.

  • 단계 1. 지원자 선별
    • 이것을 전문 recruiter가 한다는 것에 관심을 두어야 합니다. Recruiter는 해당 분야에 상당히 해박한 지식을 갖추고 있으면서 사내에 어떤 사람이 필요한지도 자세히 알고 있습니다. 어떤 recruiter는 PhD title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기업일수록 유능한 recruiter를 두고 있습니다.
    • Recruiter는 나의 지원에 대해 cover letter와 resume만으로 나를 인터뷰에 올릴지 올리지 않을지를 정합니다. 한 자리에 수 백명 이상도 지원하기 때문에 recruiter는 빠른 시간 내에 지원자를 추려야 합니다. 어떤 식으로 추릴까요? 딱 보고 눈에 들어오지 않으면 탈락입니다. Resume는 무조건 1장 안에 들어가야 됩니다. 1장 안에 눈에 쏙쏙 들어가게 만들어야 됩니다. 너무 descriptive해서도 안 됩니다.
    • 가장 중요한 건 "나는 job description에서 언급한 모든 사항을 다 갖추고 있다."는 것을 보이는 것입니다. Job description은 줄여서 JD라고 하는데, 기업마다 아주 구체적으로 요구하기도 하고 좀 두리뭉실하기도 합니다. 내 cover letter에서 "나는 이러이러한 측면에서 JD에서 요구하는 것을 다 충족하고 있다"고 직설적으로 언급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 Resume를 어떻게 작성해야 되는지는 다른 글을 통해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 단계 2. 연락
    • Recruiter는 지원자에게 어떤 식으로 대해야 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배웁니다. 다 가이드에 따라서 합니다. Recruiter는 일반적인 지원자의 심리적 상태를 알고 있고, 지원자의 성향에 따라 어떻게 대처해야 되는지도 알고 있습니다. 이 점을 꼭 숙지하고 넘어갑시다. Recruiter가 보낸 e-mail 내용에 너무 마음을 휘둘려서는 안 됩니다. 정보만 가지고 이야기를 해야 됩니다. 가령, "앞으로 너한테 연락이 갈 것을 기대해도 좋아." 라고 이야기를 했다 하더라도 절대 "기대 해서는 안 됩니다." 그냥 "앞으로 연락이 올 가능성이 있다"고 까지만 알고 넘어가야 됩니다.
    • 어쨌든 지원자가 recruiter 선에서 선별 되면 "인터뷰 프로세스 들어갈래?"라고 물어봅니다. Recruiter와 먼저 통화를 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Recruiter는 회사 업무를 하는 직원이 아니기 때문에 업무에 관한 세세한 사항은 전혀 모릅니다. 다음과 같은 사항을 주로 물어봅니다.
      • 왜 지원했어?
      • 이 position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어?
      • 우리 회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어?
      • JD에 언급된 OO에 대한 과거 경력/경험이 어때?
      • (기타 JD에 관해 주로 물어봄)
    • Recruiter에게 뭘 물어보아도 일반적인 사항 밖에는 답을 해주지 않습니다. 그래도 이 단계에서는 JD에 관히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봐도 좋습니다.
  • 단계 3. 전화 인터뷰
    • 보통 recruiter는 세세한 업무 내용을 모르기 때문에 직접 업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사람은 아닙니다. 또 대기업이 아니라면 별도의 전문 recruiting 회사를 이용합니다. 따라서 전화 인터뷰는 현재 해당 부서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과 진행됩니다.
    • 어떤 경우 나를 선별해서 나에게 연락한 recruiter와 세세한 schedule을 잡아주는 recruiter는 다를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는 먼저 recruiter가 다른 recruiter에게 나를 넘겨줍니다. 큰 회사라면 recruiting 부서만도 엄청 크고, 각자의 역할도 세분화되어 있습니다.
    • 인터뷰 가능한 일정들을 최대한 미루지 말고 땡겨서 잡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 나는 다른 지원자들과 경쟁하는 중입니다. 내가 빨리 일정을 잡을수록 다른 경쟁자보다 조금 먼저 내가 고려될 여지가 있습니다.
    • Recruiter는 누구와 인터뷰를 할지 알려주기도 하고 알려주지 않기도 합니다. 대략적인 인터뷰 목적을 알려주긴 합니다. 아무 것도 알려주지 않으면 물어볼 수 있습니다. "누구(이름) 혹은 어떤 position의 사람과 인터뷰를 하는 지 알 수 있을까?" 또는 "어떤 내용의 대화가 있을지 대략 알 수 있을까?" 물어보는 것을 주저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그것에 답을 해주는 것이 recruiter의 역할 중 하나입니다.
    • 전화 또는 Skype 또는 Zoom과 같은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인터뷰를 합니다. 인터뷰는 몇 차례가 될 수도 있는데, 그 때마다 recruiter와 일정을 조율하게 됩니다. 지원자는 직원의 연락처를 알지 못하고 직접 대화할 수 없습니다. 모든 인터뷰 단계에서 과정과 결과는 recruiter를 통해 알려줍니다.
  • 단계 4. 향후 일정
    • Recruiter는 interviewer들(실제 같이 일하게 될 사람들)이 okay하면 on-site로 초대합니다. 이와 관련된 세부적인 일정을 조율해줍니다. 항공권, 호텔 등을 다 arrange해주고, 내가 뭘 준비해야 되는지 일러줍니다. 일정에 맞춰서 인터뷰를 하고 오면 됩니다.
  • 단계 5. offer를 받았다면
    • 이 부분은 사실 진행된 바가 없어서 인터넷 정보만을 알려드립니다.
    • 지금부터는 협상(negociation) 단계입니다.
    • Recruiter의 지금부터의 역할은 "최대한 적절한 수준의 낮은 금액으로 나를 고용하는 것"이 되겠습니다. 그렇다고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을 제시하지는 않습니다. 이 시점에서 나에게 또 다른 offer가 있다면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혹은 경쟁사의 interview chance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recruiter와의 협상에서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Recruiter는 고도로 숙련된 전문 협상가라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아무 근거가 없이 내 몸값을 올릴 수 없습니다.
    • 여기서부터는 "연봉협상"에 대한 글을 찾아서 보시기 바랍니다. 저는 recruiter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에 대해서만 적고 있습니다.

Tips

  • Recruiter는 언제나 친절하고 상냥합니다. 한 사람이 선발되기까지 제대로 모든 일정과 제반 사항들을 arrange를 잘 하면 incentive를 받기 때문에 최대한 잘 해주려고 노력합니다. Headhunter도 비슷합니다. 한 사람을 어느 회사에 성공적으로 입사시켜줌으로써 incentive를 받기 때문에 언제든 최선을 다해줍니다. (간혹 사람을 너무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는 무책임한 recruiter나 headhunter도 있습니다만...)
  • Recruiter와 연락이 되었다고 해서 아주 좋아할 것은 아닙니다. 처음에 회사에서 연락이 왔을 때 뭐라도 된 듯이 아주 기뻤는데 이 사람이 recruiter라는 것을 알고 약간 실망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recruiter를 통해 진행하는 것이 아주 일반적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는 그들을 통해 최대한 좋은 인터뷰 기회들을 만들어 내야 됨을 알았습니다. 만약 내가 불친절하거나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recruiter가 중간에 프로세스를 중단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들에게 나는 수 많은 지원자 중 한 사람일 뿐입니다. 또한 회사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누구와도 잘 어울리고 그 회사의 문화와 잘 맞는 사람을 원한다는 것을 recruiter도 잘 알고 있습니다.
  • Recruiter가 arrange해주는 나의 interviewer에 대해 준비를 잘 해야 됩니다. Recruiter가 내 interviewer (실제 직원 중 한 명)의 이름을 알려주기도 하기 때문에 그렇다면 그 사람에 대해 미리 LinkedIn 등으로 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login을 하지 않은채로 그 사람의 LinkedIn에 들어갑시다. 그 사람이 LinkedIn을 공개해놨으면 profile을 볼 수 있습니다.)
  • Recruiter 한 명이 여러 position에 대한 수 십, 수 백 명의 지원자를 처리하기 때문에 mail에 대한 답변이 늦을 수도 있고 진행이 빠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인터뷰 일정은 3개월에서 6개월까지 걸리기도 할 수 있습니다. 한 회사와 연락이 닿고 인터뷰가 진행 중에 있다 하더라도 진행되는 중에 다른 회사들도 꾸준히 탐색하고 (가능하다면) 동시에 여러 군데 인터뷰를 하고 있는 것이 좋습니다. "어디라도 한 군데 되자"가 아니라 "최대한 많은 offer를 받는 것"을 목표로 해야 됩니다. 이것이 나중에 recruiter와 최종 협상할 때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 작은 기업의 경우는 전담 recruiter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나와 e-mail을 주고받는 사람이 만약 해당 회사의 어떤 자리에 있는 사람인가를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 한 번 apply해서 기업 recruiter를 알아두면, 비록 해당 지원 건은 끝까지 성공하지 못했더라도 recruiter는 나를 지원자 list에 남겨두고 싶어 합니다. 비슷한 자리가 났을 때 처음부터 지원하지 않고 바로 recruiter에게 연락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자리가 났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comment 달라."고 하면 바로 interview로 넘겨줄 수도 있습니다.